근지구력
국민체력검진 미화원에게 꼭 필요한가
청소미화노동자 권점늠
“어머니 뭘 그리 유심히 보셔요”
책꽃이를 정리하다
제 가 21-4- 오산- 01125 호 참가증, 성명: 권점늠, 생년월일 :1955년 10월 12일 위 사람은 국민체력 100사업 체력인증에 참가하였기에 이 증서를 드립니다.
측정일 : 2020년 1월 29일
출력일 : 2020년 1월 29일
서울 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직인이 꽉 찍힌 참가증을 보며 겸연쩍게 웃어본다.
이의 고등학교가 설립되면서 교육공무직으로 입사하여 2015년~2020년 까지 5년을 다니다 퇴직을 권고 받았다. 학교 특수직으로 일을 하고 싶으면 체력검진 3등급은 받아와야 할 수 있다고 행정실에서 이야기했다.
비록 이순이 넘은 나이지만 꽃처럼 고운 학생들, 예쁘고 든든한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5년 동안 다니면서 힘든 것보다 보람을 느끼며 출퇴근했던 나날들, 아침이면 여행 가는 것처럼 분주히 출근하고 하루가 한 시간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들 오후엔 또 여행에서 돌아오는 것처럼 차에 올라 30여 분 차를 타고 가로수의 푸르름도, 창가를 스치는 도심의 경관을 바라보며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니던 일터를 떠나려니 왠지 서운한 마음에 자식들의 만류에도 다시 다니고 싶은 마음에 체력인증서를 받아오려고 세 번을 도전해 보았지만 원하는 3등급을 받지 못했던 기억이 고개를 내민다.
사 남매 자식들 키우며 분주하게 내 사업할 때는 한가로이 나들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언제 저렇게 다닐 수 있을까 부러웠다. 막상 자식들 뒷바라지하여 제각기 새로운 둥지 틀어 날아가고 이젠 여유롭게 살만하니 남편과 사별을 하게 되었다, 짝 잃은 기러기처럼 혼자 남은 외로움을 학생들을 바라보며 보낸 5년이 금방 지루하지 않게 지나간 나날이었다.
교육공무직으로 근무할 땐 병원에서 건강진단서만 제출하고 다녔는데, 특수직으로 다시 일을 하려니 3등급 이상 체력인증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20대와 30대, 40대, 50대, 60대 체력에 구분을 두어야지 똑같은 종목을 시키는 것도 불만이다.
근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손발력 모두 2등급 이상을 맞았는데 근지구력만 미달이었다. 이유인즉 3등급 윗몸 일으키기 9개만 하면 3등급 인증서 받을 수 있는데, 난 12번을 했다. 하지만 떨어진 이유인즉 복부 비만이라서 2등급인 윗몸 일으키기 13번을 해야 3등급 인증서를 줄 수 있다는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도 합당하지 않은 부당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오산 두 번 충청남도 아산까지 갔었는데 이거 웬일인지 평상시에 없던 혈압이 올라 시험을 쳐 보지도 못했다. 이유인즉 긴장성 스트레스로 혈압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사람도 있다고 담당 직원이 말했다. 저어 일하고 싶어 체력검사 하러 왔으니 통과시켜주면 안 될까요, 애원도 해 보았건만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로만 여겨졌다. 참가증을 보니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체력검진 다섯 종목 2등급 이상 맞았지만 복부 비만 있다고 윗몸 일으키기는 3등급은 9개만 하면 되는데, 2등급인 13개 못하고 12개만 해서 떨어졌다. 일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었다고 학비 노조에 전화했더니 김보섭 국장님이 교육청에 전화하셨다더니 다시 다니게 되었다. 1년이 지났다. 계약직이라 올해 1월에 또 오산 가서 혈압 올라 못 받았다, 아마도 지난해 행여 떨어질까봐 두근거리던 가슴이 체력센터에 들어서니 가슴이 벌렁거렸다. 또 떨어지는건 아닌가하고... 평상시엔 혈압이 정상인데, 아니나 다를까 혈압이 높아 검진을 못 받고 돌아왔다. 학교에서 2시간 외출 쓰고 택시비 25000원 들여 타고 갔건만 혈압이 말썽을 부려 이번에도 쓴 입맛을 다시며 돌아오는 발걸음은 천근이나 되는 듯 무거웠다. 일주일 뒤 다시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오산에 가려니 코로나로 체력인증센터는 문을 닫았다.
행정실에서는 다른 지역에라도 알아보라는 이야기를 했다. 딸에게 말했더니 “어머니 그냥 여가 활동이나 하고 쉬셔요” 한다. 다니고 싶은 맘을 헤아리며 집에서 몇 시간 가는 충남 아산 체력센터에 예약을 하고 딸이 직장 연차 쓰고 같이 가서 3등급 통과하여 지금까지 7년째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근력, 근지구력, 심폐 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순발력 중 어느 한 부분이 좀 뒤떨어져도 육체적 건강에 별 지장 없으면 청소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평생 이순이 넘도록 해온 가사 일 여자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미화 일이라 생각한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수명도 점점 길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시대에서 일하고 싶어도 너무도 타당하지 않은 제재가 있는 느낌이 든다. 미스코리아를 뽑는 것도 아니고 일하려고 하는데 복부비만 있다고 2등급 받아야 3등급 인증서 발급받을 수 있다는 체력인증센터 직원의 말이 2년이 지난 오늘도 귓전을 울린다.
건강검진만으로 신체건강하다는 확인만 하면 되지, 이순이 넘은 사람들에게도 근지구력 외 근력, 심폐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순발력이 다 3등급을 맞아야 일 할 조건이 된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여기며 지면을 통해 내 의견을 말한다.
무력하게 노년을 보내기보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열심히 일하며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또 손주들에게 용돈이라도 주는 노후를 보내는 것이 아름다운 삶,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손가락이 두 개만 있는 사람도 피아노를 치고, 두 손이 없는 사람도 차 운전을 하는 분도 보았다. 나이가 들어도 근지구력까지 다 양호하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여성들이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자기 몸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학비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요즘 코로나로 방콕 신세로 무기력하게 나날을 보낼 것이다
아침마다 출근하며 즐기고 하루를 학교 이곳저곳을 손주들의 방을 청소해 주듯 부산한 하루 한가로이 영화를 보며 휴일을 즐기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삶이란 한가하고 여유로운 삶만이 행복한 삶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즐겁다. 무려 한 시간을 보내기보다 바쁘게 즐겁게 학생들이 뛰노는 천국 같은 꽃밭에서 함께 할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별꽃은 하늘에 피어 있어 가끔씩 쳐다보지만 학교에서 핀 꽃은 별꽃 같은 아름다운 꽃들이 운동장에도, 복도에도, 교실에도 바라만 봐도 내 마음속 가슴 가득 사랑꽃이 피는 느낌이다. 화장실을 막혀놓아도, 휴지랑 음료수병을 복도에 버려두어도, 푸른 숲길을, 푸른 바람을, 밝은 태양을, 흐르는 구름을 따라 함께 흐르듯, 오래도록 꽃밭에서 일하고 싶다.
옛 속담에 “아이는 울어도 귀엽고, 어른은 가만 있어도 밉다”란 말이 생각난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꽃들의 전당 건강지키며 오래도록 꽃들과 함께 사랑하며 지켜보고 싶다.
“해낸 것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봅니다.”(미국 부통령의 말)
“훌륭한 타협과 훌륭한 법은 마치 훌륭한 문장과 같다. 는 말도 생각난다. 내 자식 키울 때는 하루가 한 시간처럼 바쁘게 살다 보니 자식들과 함께 할 시간도 없어 그저 밥 주고 학교 보내고 서로 마주 보며 웃을 시간도 많지 않았는데, 모두 들 성장해서 떠나가니 주위는 허전하다
우연한 기회에 미화원을 하게 되어 7년이란 시간을 함께하며 힘든 일 보다 더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가는 듯 늘 꽃길을 걷는 것 같다. 이 느낌 오래도록 누리고 싶은 마음이다.
오래 살기보다 즐거운 일 하며 꽃같은 학생들을 바라보며 이쁘게 함께 웃고 싶은 생각이다.
젊은 사람들도 윗몸 일으키기는 많이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근지구력이 부족해도 이순이 넘은 사람들은 근지구력 좋은 젊은 층보다 청소는 한결 정성껏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론과 현실은 상반 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요?
이렇게 지금껏 일할 수 있게 도와주신 삶에 활력을 갖게 해 주신 학비노조 김보섭 국장님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