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교육당국은 서이초 사건에 대해 신속한 진상규명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미향은)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슬픔을 통감하고 계실 모든 선생님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교사의 교권 침해는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며, 학교 안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학생들에게 폭행당하거나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사회적으로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같은 학교 현장의 교육노동자로서 통감하고 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이번 일이 교사만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건임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 내 모든 노동자들의 인권도 되돌아보고 정부와 교육당국은 각성하기를 촉구합니다. 기간제교사, 운동부지도자, 예술강사, 스포츠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방과후강사 등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폭언, 폭행까지 감내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신분을 떠나 모든 사람은 보장받아야 합니다.
이미 교사의 교육권 침해에 대해서는 문제의 심각성과 대책 마련이 제기돼 왔지만 방관자로 일관해온 정부나 교육 당국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권, 교육 당국은 문제의 본질을 똑바로 보지 않고 학생인권조례가 문제라고 단정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교권 침해 사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학생 개인의 권리만 부각하고 왜곡된 인권 의식을 갖게 하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닙니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 강화를 국정과제라고 강조하면서 교육부 고시 제정과 자치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추진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시도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조치도 아닙니다. 여당을 비롯한 보수 성향 단체들이 그동안 학생인권조례가 눈엣가시로 여겨왔던 만큼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정부나 교육당국이 개악하려는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 경기, 광주, 전북, 충남, 제주 등 6개에 불과합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원인이었다면 그 외 11개 지역은 교사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을까요?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사건의 본질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학생 인권도 중요하고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슬퍼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요구한 핵심은 사건에 대한 신속한 진상규명, 교육부와 교육청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과 교사의 교육권 보장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부는 불통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법적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수많은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그때마다 학교관리자나 교육 당국은 보호는커녕 오히려 질책하거나 학부모의 손을 들어주며 문제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이럴 때마다 겪었을 심리적인 부담이나 압박감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었습니다. 보호장치도 없고 발언력도 없는 교사, 학교비정규직 강사들에게 학교나 교육 당국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최근 교육부는 일부 언론을 통해 학교 내 민원 담당자를 교육공무직이 맡게 하겠다고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이미 교무실과 행정실로 걸려오는 전화 응대는 교무실무사나 행정실무사가 맡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무시 받고 폭언과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학교 재학생의 일을 잘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대응하겠습니까? 민원 응대를 전문적으로 하는 교육공무직원은 없습니다.
현재 근무 중인 교육공무직원에게 해당 민원 업무를 일방적으로 전가한다면 이는 또 학교 내 갑질이 될 것입니다. 민원인들은 관리자(교감, 교장)를 찾지 교육공무직원에게 민원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담당자로 지정해 민원인을 계속 상대하게 한다면 서이초 사건과 같은 비극은 학교 현장에서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구분하지 않고 학교 안 모든 교육노동자가 보호받아야 합니다. 교육부는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근본 해결책은 전문적인 응대를 할 수 있도록 학교마다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인력 배치 없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순간의 위기를 넘기려는 미봉책일 뿐입니다.
이번 서이초 사건은 그동안 많은 학교 현장에서 곪을 대로 곪은 게 터진 것입니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이제라도 학생인권조례를 원인으로 보고 개악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바로 보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다시 한번 서이초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23년 7월 26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