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노조의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0인 집단삭발식 및 대통령 공약이행 촉구 기자회견
■ 일시 : 2019년 6월 17일(월) 11시
■ 장소 : 청와대 사랑채 옆 도로
■ 주최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 집단 삭발, 기자회견 취지
◯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약 50%가 학교비정규직(약 35만명)이고, 전체 학교교직원의 41%가 비정규직이다.
◯ 민주노총은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대통령이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며, 7월 3일부터 전국적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 5만 5천 조합원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가장 많은 파업 대오로 이번 총파업에 참여 할 것이며, 이번 여성노동자 100인 집단 삭발을 통해 다시 한번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간절히 촉구하고자 한다.
◯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교육부 ․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2달째 교섭절차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 집단교섭 파행의 책임은 권한없는 교섭위원을 내세우고 귀를 막고 있는 시․도 교육감들에게 있다. 작년 선거 시기 학교비정규직 차별해소에 대한 정책 협약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이행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법적 사용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구체적 요구는 ‘차별해소’와 ‘교육공무직 법제화’이다.
◯ 현재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60~70% 수준인 학교비정규직의 임금을 80%수준으로 올려달라는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이 공약한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격차 80%의 공정임금제 공약과 일치한다.
◯ 국가적 차원에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에 대한 법제화를 요구한다. 교육공무직법은 2016년 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대표발의하고 100명 가까운 국회의원이 동참했던 사안이었다.
◯ 청와대 앞에서 100명의 비정규직노동자가 삭발하는 것은 유래가 없는 투쟁이다. 정규직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투쟁에 연대한다는 취지에서 민주노총 위원장과 전교조위원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직접 비정규직의 머리를 깍아 준다.
◯ 이번 삭발식에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직종의 학교비정규직이 참석하고,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이 여럿 참여한다.
◯ 40~50대 여성노동자들이 삭발까지 하는 것은, 본인은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왔지만 아이들에게는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결심 때문이다.
◯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 ‘기간제, 파견 용역, 무기계약, 정규직’이 사회적 신분이 되어버린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학교비정규직이 앞장서 투쟁한다.
◯ 청와대는 더도말도 덜도말고 대통령의 공약을 지켜주라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요구에 화답해주기를 바란다.
<붙임 1>삭발을 앞둔 한 간부의 심정을 담은 글
머리를 자른다는 것과 삭발을 한다는 것...
17일, 다음주 월요일이면 전국 우리 학비노조 간부들과 조합원 100인이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해요.
사실 저는 평소에 짧은 머리를 좋아해 늘 숏 커트만 하고 다니다 보니 삭발이 평소보다 더 짧게 자르는 것뿐이라는 마음으로 뒤숭숭할 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가족들이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하네요.
“내 머리 내가 자른다는데 왜에~?” 하며 웃어 보이니 가족들은 기가 막힌다는 듯 우리들 마음을 왜 생각하지 않느냐? 고 이구동성으로 소리칩니다.
열세 살 아들은 눈물을 그렁거리며 그렇게 큰일은 꼭 허락받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며 눈을 흘기다가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가족들의 놀란 마음이 가라앉고 이제 평온하게 그날이 언제냐고 계속 확인하며 부질없는 줄 알지만 안하면 안 되냐는 협박을 장난스럽게 주고받으며 이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어제는 아픈 어머니에게 “나 월요일에 이렇게 머리 밀어요” 하며 이마위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하니 뭔 소리인지 못 알아들으시고 “키도 작은데 더 쪼간해 지것네” 하시네요.
평소 귀가 어두운 할머니에게 통역사 역할을 하는 아들이 “푸름이 형아 군대 가면서 머리 밀은 거처럼 그렇게 자른 데요” 합니다.
어머니는 “도대체 학교에 안다니고 뭐하려 다니는 거냐? 왜 머리는 자르냐?” 하시구요. 나이가 드시니 뭘 말해도 금방 잊어버리시고 몸도 부쩍 야윈 어머니를 보니 죄송하고 울컥하는 마음에 얼른 큰소리로 “응, 나도 군대갈라고” 하며 웃어버렸어요.
서울지부 간부들은 모두 7명이 삭발식에 동참해요.
아픈 부모님을 살뜰히 보살피고 있는 이미정 수석부지부장님, 돌이 안된 아이가 엄마를 몰라보고 놀랄까봐 밖에서는 고민이 없으면서 집에서는 가발을 써야하나 말하는 성정림 사무처장님, 오랜 상근하며 삭발과 단식에 이력이 난 조영란부지부장님, 과거 집회참여하며 대치중인 경찰과 몸싸움에 허리를 다쳐 고질병이 되어 아파하는 송정순 부지부장님, 서울지부에서 가장많은 조합원을 챙기고 있는 유진아 노원지회장님, 서울지부 공식 사진기사가 되어버린 자유로운 영혼의 순수시인 박운주 과학분과장님.
그리고 3기 지부장이였고 현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용순옥 수석부본부장님까지.
이분들의 머리를 자를 이발사로 더 복잡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될 간부님들도...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이 정부에서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이 사회에서, 학교현장에서 차별과 갑질에 삭발자의 심정과 같은 마음으로 고민하고 아파하는 많은 조합원님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식의 투쟁을 하냐? 대화로 풀어라. 뻔한 행동에 별다를 것이 없다 하는 분들도 가끔 만나뵙게 됩니다.
우리가 노동조합을 통해 지난 9년 동안 임금인상을 해오고 빠르게 바꿔오다 보니 노동조합의 힘을 높게 평가하며 거친 투쟁없이 승리를기대하는 마음들도 있고 인상된 임금에 그림자 같았던 우리처지에서 이정도면 됐다는 마음들도 있지요.
서울은 단체교섭에서 퇴직금 디비전환도 해야하는데 우리학교는 디비라고 상관없는 일처럼 말하는 분들도 계시구요. 같은 서울에 살고 이제 전보도 시행되서 모두 불안정한 상태인데요. 이미 과원으로 전보나 교류를 가면서 디비였지만 디씨로 강요받고 바뀐분들도 계시는데 강건너 불구경 하듯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분들도, 조합원들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잊지맙시다!
우리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은, 지금 우리가 정신차리고 바로 잡지 않으면 우리 부모님 세대가 살아온 삶처럼, 우리들 삶처럼 잘못된 것들이 무한 반복된다는 것을요.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비정규직없는 세상,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두달 넘게 미용실에 가지 않아 지저분하게 길어진 머리가 매우 무겁게 느껴져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늘 바쁘게 싸돌아다니던 나를 거울앞에서 오랜만에 봐라봅니다. 우리들의 역사와 미래를 오랜 시간 생각하게 되는 밤입니다.
2019. 6. 13. 학비노조 서울지부장 이미선